제주에서의 4번째 아침이 밝았다. 간밤에 아주 땡깡쟁이와 씨름을 하느라 피곤했었는지, 다들 약간 늦잠을 잤다. 어제 식당에서 포장해온 성게미역국으로 늦은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의 컨디션은 좀 괜찮아보여서 다행이었다. 이날은 12시에 점심 식당이 예약되어 있어서, 오전에 어디 들렸다 가기에도 시간이 애매한듯하여, 오전엔 숙소 마당에서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가졌다. 마당에 트램벌린이 있어서 아이가 좋아할줄 알고 올려줬는데 좀 무서워 하길래 금방 내려줬다. 아직은 너가 너무 아가구나 싶었다. 숙소 옥상에 올라가니 날씨도 좋아 제주 남쪽 바다도 보였지만, 역시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오래는 있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외출 준비를 했다.
제주의 맛이 느껴지는 자연으로
점심 예약한 곳은 '자연으로' 라는 한정식 집이었는데, 제주에서 나는 재료들로 집밥처럼 한상 차림으로 해주는 식당이었고, 메뉴는 정식 단일 메뉴였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 양이 많진 않지만, 이런 메뉴가 나오면 밥을 꼭 추가하는 스타일이라 아내가 좋아할거 같아 예약을 하고 갔다. 가는길에 조용한 도로를 지나면서 그래도 어찌저찌 제주에서 시간도 잘 가고, 어느새 내일이면 표선을 떠나는 구나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도착한 식당은 번화가와는 좀 떨어진 곳이었고, 외관상으론 평범한 식당 같았지만, 안에 들어가보니 인테리어도 너무 예쁘고, 난로도 있고, 소품이나 꽃 장식들도 하나하나 너무 센스있게 꾸며놓으셔서 더 기분 좋게 했다. 예약한 정식이 나올 무렵, 고맙게도 아기가 잠이 들어서줘서, 마루에 눕혀서 재우고, 너무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한끼를 여유있게 맛있게 잘 먹었던거 같다. 메인 반찬도 맛있었지만, 밑반찬 하나하나 다 사장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거의 다 먹어갈즘에 아기가 잠에서 깨서 아이도 밥을 먹일수 있어 다행이었다. 밖에 나오면 아이 식사 챙겨주는게 정말 신경 쓰이는 일이다. 언제 잘지도 모르고, 밥을 안먹겠다고 하면 또 먹을거 챙겨 다녀야 하고, 확실히 아이가 어리면 같이 여행다니는건 보호자들이 고생할 각오는 해야 하는거 같다.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식당 뒤로 귤밭이 있었는데, 잠시 들어가 거기 있는 고양이들도 구경하고 조금 놀다가 표선면에 있는 들릴만한 곳들을 탐방하러 나섰다.
조용하게 동백꽃을 즐길수 있는 4계절 꽃농원
먼저 식당와 멀지 않은 곳에 고흐의 정원이 있어서 한번 들려봤는데, 우리가 생각한 느낌이 아닌거 같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 구경만 하다가 나왔다. 아내가 제주에서 꼭 하고 싶었던게 동백꽃이 만개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유명해 보이진 않지만 숨은 명소라고 찾아서 알려준곳이 있었는데, 4계절 꽃농원이 그곳이었다. 입장료도 무료고, 주차도 무료고, 동백나무들이라고 해야하나 엄청 많이 심어져 있어서, 한적하고 조용하게 동백꽃을 즐길수 있는 곳이었다. 가보니 손님은 우리밖에 없어서 정말 아이도 맘껏 풀어놓고 사진도 원없이 찍으면서 겨울의 제주를 동백꽃과 함께 즐길수 있었다. 입장료는 없었지만, 무인함이 있어서 양심껏 우리가 놀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신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렸다. 제주 돌멩이나 의자 같은 소품들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너무 좋은 장소였다. 나중에 동백꽃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표선에 갈일이 있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였다.
싱싱한 광어를 재밌게 즐기는 광어다
그러고 숙소로 돌아와서 조금 쉬다가 저녁으로는 광어 탕수어가 유명한 광어다를 가기로 했다. 알고보니 거기서 양식을 하면서 광어 회집도 하고 있는데였는데, 밤에가서 양식장 물소리만 들리고, 양식장은 보이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광어를 탕수육처럼 튀겨서 소스에 찍어먹었는데, 한번쯤은 별미로 먹어보면 좋겠다 싶었고, 나는 그냥 회로 먹는게 더 맛있었던거 같다. 우리는 광어 탕수어 하나에 광어 회국수 하나 물회를 소면 대신 공기밥으로 주문했다. 역시나 외식하면서 아기를 번갈아가며 안아서 나갔다 들어왔다하며 먹었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예기치 않게 배부르게 잘 먹었었다. 다음에 또 가게되면 담백하게 회 한접시를 또 시켜 먹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표선에서의 4박중에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었고, 다음날 애월숙소로 이동하기 전에 들릴 식당과 코스를 탐색하며 또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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