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거 없는 평범한 일상
이 날은 아내 친구분이 제주도 놀러왔다해서, 오전시간은 아내에게 잠시 우리와 떨어지는 시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아가랑 둘이서 어디서 시간을 때울까 하다가 근처에 하귀 성당이 있길래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아내가 친구분과 같이 외출을 하고, 나도 아기를 태우고 집밖을 나섰다. 되게 작은 성당일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커보였고, 주차장과 마당도 있고 시골느낌도 나면서 예뻤다. 아가랑 같이 마당에서 좀 놀다가 성전 구경도 좀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근처 빵집에 들려서 술빵이랑 찐빵 몇개도 사왔다. 아내도 생각보다 빨리 숙소에 복귀해서, 그날 점심은 간단하게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이랑 떡볶이 포장해와서 먹었다.
그러고 아기가 낮잠을 잘 동안 우리도 좀 뒹굴거리면서 쉬다가 숙소 근처에 곰솔나무라고 숨겨진 명소라는 곳이 있길래 한번 가보기로 했다. 저수지도 있고, 분위기 있게 나무에 걸려있는 그네도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날도 춥고 그래서 얼른 사진만 찍고 내려왔던거 같다. 주변에 묘지 같은것도 있고 사람이 한적하다보니 어둡진 않았지만 약간 스산한 분위기였던거 같다. 저녁거리를 사기위해 이번에도 제주 마트 투어로 방어와 도다리를 싼 가격에 가져와서 한라산 소주와 함께 저녁을 해먹었다. 만원대에 신선한 회를 이렇게 즐길수 있다는게 좋았었다.
너와의 첫여행카페
다음날, 이날은 조금 이동거리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에 귤카페를 갔다가 오후에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전이수 갤러리를 가보기로 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나왔다. 귤카페는 너와의 첫여행카페 라는 곳이었는데, 귤밭이 있는 카페여서 사진찍는 사람도 많고 유명한 집인지 추운날임에도 손님들도 꽤 많았다. 실내에 자리가 없어서 일단 주문을 하고 밖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먼저 하기로 했다. 예쁘게 잘 꾸며 놓아서 아기랑 사진도 찍으면서 카페 이름 답게 아가랑 첫 제주 여행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소중한 시간을 느낄수 있었다. 한타임 놀고 들어오니 실내에 자리가 나서 한켠에 자리를 잡고, 귤음료와 차도 한잔하고, 아가도 장거리를 위한 준비도 하고 전이수 갤러리로 향했다.
전이수 갤러리
점심을 어떻게 할까 하다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가는 김에 그 근처에서 먹기로 하고, 나름 맛집이라고 찾아서 해장국 집에갔는데, 그냥 그저 그랬었다. 아내와 각자 한그릇 뚝딱하고, 아가는 별도로 어린이용 곰국을 포장해서 카페에서 점심을 먹였다. 그러고 전이수 갤러리에 예약한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제주도에 이렇게 터전을 잡고 있는지 몰랐었는데, 생각보다 볼만했던 갤러리였다. 처음에 들어가서 티켓을 사고 갤러리를 관람하기 전에, 10분남짓 짧은 영상을 하나 보여주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아내가 위로를 많이 받았던것 같다. 이제 전이수 작가는 더이상 꼬마가 아니라 어엿한 청년이었고, 그의 생각이나 삶을 대하는 방식, 태도 같은 것들을 글로 읽고 그림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두돌이 안된 아기와 같이 아내와 같이 여행을 와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들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었고, 아기에게 이 세상을 어떻게 소개해주고, 아기가 살아갈 세상을 어떻게 물려줄지 어른으로서 고민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아내는 전이수 작가님의 어머님이 쓰긴 책을 하나 구입했다. 일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소위 워킹맘으로서 항상 고민이 많은 아내였는데 이제 딸이 아닌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에 예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멋있었다. 전이수 갤러리가 제주에 와서 관람했던 것들중에 가장 좋은 기억이 남는 관람이었던거 같다.
계속되는 장보기
마음 따뜻한 갤러리 관람을 마치고서, 숙소로 복귀하는길에 저녁으로 먹을 고등어 쌈밥을 포장해왔다. 식당에서 먹고 싶었지만, 매번 그렇듯 아기를 보다 보면 주변 손님들 눈치도 봐야해서 외식이 쉽지가 않아, 왠만하면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었던거 같다. 고등어 쌈밥이 가격이 싼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한것 보다는 좀 부실한거 같아 조금 실망이었다. 평소보단 조금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고, 또 마트투어로 다음날이 설날이라 떡국용 사골과 제주 갈치 한마리, 야식으로 먹을 방어회와 과일 , 와인 등을 사왔다. 그날 밤 아기를 재우면서 같이 잠든 아내를 내가 너무 늦게 깨워서, 아내가 기분이 상했었다. 아기를 재우다 보면 같이 잠들기 마련인데, 또 그 새벽에 잠든 아내를 깨우기도 미안하지만, 또 그냥 그렇게 자버리면 아쉬움이 많이 남기에.. 좀 애매한거 같다. 어찌됐든 둘이서 새벽에 방어에 와인 한잔 하면서 제주에서의 7일차 , 애월에서의 3일차 밤을 그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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