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에서 애월로
4박5일간의 표선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애월에서 일주일 동안 생활하러 가는 날이다. 오늘은 이동하는 시간이 꽤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아기 컨디션을 확인하면서 눈치를 좀 봤던거 같다. 그래도 초반에 비하면 너무나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 아침은 냉장고 털이로 그간 장본 것들을 마지막으로 처분하는 시간이었다. 요구르트에 과일에, 남은 밥에 밑반찬으로 은근히 든든히 잘 먹은 아침이었다. 그러고 캐리어 4개에 큰박스 여러개 쇼핑백 다수의 짐을 테트리스 하듯이 차 트렁크에 구겨 넣고, 표선 숙소를 체크아웃 하였다.
가는길을 어떻게 정할까 하다가 제주도 등반은 못할지언정 차를 타고 한번 지나가 보자하여, 1100 고지를 통과해서 애월로 넘어가는 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길에 아내 친구로부터 소개 받은 서귀포 쪽에 위치한 보말 칼국수 잘한다는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제주 부싯돌이라는 집이었는데, 크지 않은 조그만 가게였지만, 실제 동네 주민들이 많이 오는 듯한 느낌에 보말 칼국수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아기도 나름 잘 먹고 일하시는 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아기를 번갈아가며 보면서 천천히 잘 먹을수 있었다.
고마운 한라산의 설경
다 먹고 나와 차를 타고 1100고지를 향하는 길에 잠깐 길을 한번 잘 못들어 빠져 나가는길에, 한라산 정상이 잠시 보였는데, 그때 보였던 한라산이 제주여행중에 가장 멋지게 보였던 정상 장면이던 것같다. 눈이 녹지 않은 채로 멋진 장관을 뽐내고 있었는데,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약간의 설렘을 가지고 다시 1100고지를 향해 출발했다. 아내는 제주도와서 꼭 보고 싶었던게 2가지가 있었는데, 첫번째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광경이었고, 두번째가 눈꽃이 만개한 한라산 풍경을 보는 것이었다. 첫번째는 이미 4계절 꽃농원에서 봤고, 눈꽃을 기대하며 1100고지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 가는길에 눈이 다 녹아 있어서 눈꽃은 이번엔 못보나 싶었다. 그러던 때, 슬슬 바닥에 눈이 쌓여있더니, 어느순간엔 정말 눈으로 뒤덮인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어 주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차를 대고 사진을 찍는 무리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도 잠시 차를 옆에 대고 내려서 재밌는 광경에 사진도 찍으면서 나뭇가지위에 쌓여서 얼어있는 눈꽃을 보면서 마음이 시원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풍경을 즐기며 가다보니 1100고지가 나왔다. 다른 곳엔 차가 없었는데, 거긴 상행/하행 차들이 다 만나고 주차공간이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서 꽤 복잡하다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이게 차가 별로 없는 편이라고 지나가던 행인들의 말을 들었다. 운좋게 주차를 하고, 우리도 잠시 내려서 1100고지의 마스코트 같은 사슴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사진으로 담기 힘든 멋진 풍경을 눈으로 많이 담기 위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것 같다. 날이 추워서 오래는 있지 못하고, 다시 이동을 했지만, 이런 선물같은 풍경을 보여준 제주와 한라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차로만 오는게 아니라 걸어서 겨울 한라산을 등반해 보고 싶었다.
애월에서의 일주일 시작
그 길로 애월 숙소를 잘 찾아가니 체크인 시간이 4시였는데, 딱 맞게 도착했었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였는데, 애월 중간쯤으로 구한 숙소라 어디를 가도 멀지 않은 시간에 갈수 있는 장소였던거 같다. 숙소도 1층같은 지하에는 게스트가 묵고, 2층같은 1층에는 주인 아주머니께서 거주하고 계시는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거실도 넓고 방도 커서 지내는 동안 아이가 마음놓고 뛰어다니고 놀수 있어서 더 좋았던것 같다. 첫번째 숙소가 좀 작은편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주방도 넓고, 방에 침대도 넓어서, 아내말을 빌리자면 표선숙소에 있다가 여기 오니까 약간 성공한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역시나 넓은 집이 좋긴한것 같다.
일단 짐을 좀 푼다음에 저녁 거리도좀 사고, 아기 소아과도 들릴겸해서 시내로 나갔다. 소아과가 있는 곳으로 찾다보니 그런거 같지만, 외도쪽으로 나왔는데 이 쪽은 아파트도 많고,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여러 편의시설이나 음식점, 마트 등이 골목골목 엄청 많이 눈에 보였다. 일단 아기 소아과에 가서 진료 받고 저녁거리는 오랜만에 치킨 하나 포장해서 먹자고 해서 근처 노랑통닭이 있길래 거기서 파닭하나 사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근처에 있는 반찬가게 들려서, 국이랑 밑반찬도 몇개 사고, 이번엔 시티마트라는 마트에 들려서 과일이랑 고등어 초밥이 저렴하길래 그것도 하나 담았다. 메뉴 정하고 헤메면서 주차하느라 시간을 좀 뺏긴터라 시간이 좀 늦어서, 부랴부랴 숙소로 돌아와서 치킨과 고등어 초밥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고등어 초밥이 너무 맛있었다. 제주도에서 확실히 회는 서울에서보다 훨씬 저렴하고 맛있게 먹을수 있는거 같았다. 그렇게 무사히 우리 두번째 숙소에 잘 도착했고, 여기서 있을 7박동안 또 우리 세 가족이 어떻게 생활할지 기대를 하며, 평소보다 좀 빠르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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